대한민국 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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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

나눔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이웃의 안전을 살피며,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전하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얼굴들입니다.

국민포장황임숙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낭독 봉사’ 25년

황임숙

매일같이 시각장애인 위한 낭독 녹음, ‘황임숙 표’ 녹음도서만 976권

황임숙 씨는 25년 동안 매일같이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에 책을 읽으러 ‘출근’하고 있다. 요즘은 건강해야 책도 오래 읽을 수 있다는 주변의 성화에 녹음시간을 조금 줄였지만, 한창 때는 아침 일곱 시 반에 나와 저녁 여섯 시까지 낭독하기도 했다. 이렇게 완성된 ‘황임숙 표’ 녹음도서는 976권,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전체 녹음도서 13,000권 중 7.5%에 이르는 엄청난 양이다. 어린 시절부터 책 읽기를 즐겼던 황 씨는 아직도 유명저자의 신간이 나오면 누구보다 먼저 서점으로 달려간다. 평생 손에서 책을 놓은 적이 없는 황 씨의 독서이력은 젊은 봉사자들이 낭독하기 꺼리는 어려운 책들도 거뜬히 읽어낼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날씨도 가족도 말릴 수 없었던 낭독 봉사 25년

황 씨가 처음 낭독봉사에 합류한 건 1989년. 평소 황씨가 ‘독서광’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 조카 덕분에 시작됐다. 이사 때문에 낭독봉사를 계속 할 수 없었던 조카가 황 씨에게 대신 봉사에 참여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당시 경미한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고 있던 황 씨는 낭독봉사를 하며 처음으로 자신의 삶에 감사하게 됐다고 한다. 책을 실컷 읽으며 시각장애인들과, 또 봉사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낭독봉사가 황 씨에게 제2의 인생을 찾아준 셈이다.모든 봉사가 그러하듯, 황 씨의 봉사활동도 녹록지 않았다. 녹음실 시설이 좋지 않아 여름에는 아이스 팩을 발에 대고, 겨울에는 담요에 전기방석까지 동원해 녹음하기도 했다. 폭설이 내리던 날에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마을버스를 기다리다 집으로 돌아간 적도 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며, 가족들에게 언짢은 소리도 적잖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가족들도 끊임없이 봉사를 이어가는 황 씨를 더할 나위 없이 자랑스러워한다.

“낭독봉사는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낭독봉사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다르다. 비나 눈이 오면 ‘오늘은 가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다가도, 먼 훗날 몸이 성치 못해 복지관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할 순간이 떠올라 저절로 몸이 움직여진다고 한다. 다른 일이 있는 날은 이른 새벽에 복지관에 나가 한 줄이라도 녹음을 해야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연로한 나이에 매일 봉사하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황 씨는 답했다. “봉사를 통해 자아를 찾게 됐고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도 배웠어요.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죽기 전까지 계속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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