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 북구에 사는 김봉순 할머니는 19세에 일본에서 원폭피해를 입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몇 년 전에는 청각장애 판정까지 받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렵게 지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폭피해보상금과 기초생활수급비, 파지를 팔아 모은 돈까지 모두 모교에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김 할머니는 배우지 못한 자신의 한을 그렇게 아름답게 승화시켰다.
14살에 멈춘 배움, 70년의 한(恨)
1940년대 어려웠던 시절, 14살이 되어서야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다섯 달 만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는 김봉순 할머니. 배움을 계속하지 못했던 것이 한이 되었다. 그리고 70여 년이 지난 지금, 김 할머니는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학교에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6천6백만 원 기부한 기초생활수급자
‘장학금 기부’. 할머니가 배우지 못한 한을 풀어내는 방식이다. 2010년, 대구 성서초등학교에 장학금과 냉온수기를 전달한 데에 이어, 2013년에도 장학금을 학교에 기부했다. 김 할머니가 이렇게 해서 기부한 돈은 총 6천6백만 원. 기초생활수급자인 김 할머니에게 있어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원폭 피해자로 불행했던 과거
할머니에게는 남들과는 좀 다른, 깊은 아픔이 있다. 1945년, 남편의 직장이 있는 일본에 갔다가 원폭 피해를 입었던 것이다. 그 후유증으로 출산 중에 자녀 3명을 모두 잃고 37세 때 남편과도 헤어졌다. 게다가 2011년에는 청각장애 판정을 받고, 노환까지 겹쳐 건강도 좋지 않다.
장애와 가난 속에서 일군 희망
그럼에도 김 할머니는 건강이 허락한다면 또 기부하고 싶단다. 장애와 가난 속에서 원폭피해보상금, 장애수당, 파지수입금을 모아 모교에 희망을 선물 한 그의 가르침은 학생들의 가슴 속에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