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언어, 반죽으로 빚은 희망
38만 개의 빵에 담긴 오산의 맛있는 봉사 이야기
반죽이 부풀어 오르듯 커져간 이웃 사랑
이스트 봉사단의 시작은 20년 전여성회관에서 제빵 기술을 함께 배웠던 수강생들의 작은 약속에서 비롯되었다. 취미로 시작한 제빵이었지만 “우리도 봉사 한번 해보자”라며 2005년 창단 이후, 이들은 강산이 두 번 변할 동안 매주 화요일 ‘빵 굽는 날’을 지켜왔다. 손바닥에 힘을 실어 반죽을 치대고, 발효를 기다리는 동안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초창기 멤버들이 지금까지 단단한 결속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가족들의 든든한 지지 덕분이었다. 시청 광장에서 시식회를 열 때면 아들이 차로 물건을 실어 나르고, 남편들이 묵묵히 외조를 아끼지 않았던 시간들이 봉사단의 큰 동력이 되었다.그들에게 제빵은 기술이 아니라 안부를 묻는 방식이다. 빵을 굽는다는 건 누군가의 하루를 생각하는 일이고, 오븐의 온도를 지킨다는 건 관계의 온도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꿈을 부풀린 ‘인생의 효모’
이스트 봉사단의 빵은 시중 제품보다 유독 부드럽고 따뜻하다는 평을 듣는다. 판매용이 아니기에 오직 어르신과 아이들이 소화하기 편하도록 정성을 다해 반죽하기 때문이다. 이런 진심은 아이들의 허기와 마음을 모두 채웠다. 빵이 너무 맛있다는 칭찬과 함께 자신도 제빵 기술을 배워서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단 결심이 적힌 아이들의 편지는 이스트 봉사단의 가장 큰 보물이다. 코팅까지 해서 보관할 정도. 한때 방황하던 청년이 따뜻한 빵에 담긴 온기 덕분에 마음의 문을 열고, 스스로 제빵 기술을 배워 어엿한 현업 제빵사로 성장했다는 소식은 오븐 앞의 뜨거운 열기를 견디게 하는 시원한 바람이 되기도 했다. 빵을 매개로 이웃과 정서적 유대를 맺고 소외된 이들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되겠다는 이스트 봉사단의 철학을 그대로 보여준다.
오산 전역으로 퍼져나가는 고소한 나눔의 향기
이스트 봉사단의 발자취는 이제 오산 지역 복지의 상징이 되었다. 매달 1,500개, 연 간 약 2만 개에 달하는 빵은 490여 명의 취약계층에게 전달된다. “오늘 만든 빵은 오늘 다 소비한다”라는 원칙 아래, 갓 구운 빵의 온기를 그대로 전하는 이들의
시스템은 독거 어르신들에게 “오늘도 누군가 나를 기억해준다”라는 가장 따뜻한 신호가 된다. 그 진정성은 지역사회를 넘어 전국적으로도 인정받았다. 봉사단은 꾸준한 활동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하며 그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단원들에게 이 훈장보다 귀한 상은 갓 구운 빵을 건넬 때 마주하는 이웃들의 환한 미소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오븐은 꺼지지 않습니다”
20년 전 여성회관에서 처음 밀가루를 만지던 그 초심으로, 그들은 여전히 매주 화요일 반죽을 빚는다. “우리 그만할까?” 라는 농담 섞인 물음에도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해보자”라고 서로를 다독이는 이들의 단합은 이스트 봉사단만의 강력한 힘이다. 빵에 이스트가 빠지면 안 돼 듯, 지역사회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겠다는 신념.세상의 온도를 1도 올리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이른 아침 오븐에서 갓 나온 빵의 온기라는 것. 부드러운 빵 결처럼, 그들의 나눔은 소리 없이 부드럽게 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