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상훈

영예의
수상자

나눔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이웃의 안전을 살피며,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전하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얼굴들입니다.

2G폰 쓸 정도로 검소하지만, 기부 인심은 후한
‘기부천사 할아버지’ 권오록(‘35)
권오록(‘35)

권오록(‘35)

"요새 코로나 퍼지는 거 보니까 그 모습이 불현듯 떠올라 돕기로 마음 먹었지요"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운 가운데 특히 비공개를 요청한 분이 거금 5억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이 분은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지 말아달라고 하셨습니다.” 경상북도는 지난 3월 10일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을 하던 중 특별한 독지가를 소개하며 감사를 전했다.‘얼굴 없는 기부자’가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5억원 성금을 기탁했다는 소식이었다. 훗날 언론 취재에서 거액 기부자로 밝혀진 주인공은 권오록(85)씨. 권씨는 1996년 은평구청장으로 재직하다 정년퇴임할 때까지 서울시 공무원으로 34년을 근무했다. “8·15 광복 무렵 고향에서 전염병이 돌았어요. 그때 아버지가 동네 사람들에게 밤낮으로 침 놔주시고 했는데…. 요새 코로나 퍼지는 거 보니까 그 모습이 불현듯 떠올라 돕기로 마음 먹었지요.” 권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5억원이란 거액 기부를 한 이유를 이처럼 설명했다. 그는 “대구는 큰 도시고 관심도 많이 받고 있는데, 경북 다른 지역들은 시골이라 상대적으로 손길이 덜 모일 것 같았다”고도 했다. 사실 권씨의 기부 선행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그는 모교인 서울 종로구 계동 대동세무고에 2016~2017년 총 2억원을 기부했다. 대동세무고는 이 기부금을 바탕으로 2017년 ‘권오록 장학금’을 운영하고 있다. 가정 형편이 어렵지만 성실한 학생 10명이 매년 장학금 50만원씩을 타갈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뿐 아니다. 사회복지모금회, 대한적십자사, 어린이재단, 푸르메재단 등 비영리단체 기부액만 9억원에다, 서울시우회(1억원)·종친회(1억원) 등까지 합치면 기부액만 총 18억원에 이른다. 그는 “후원 받는 어린 아이와 그 가족들의 진심 어린 손 편지가 나를 ‘기부 중독자’의 길로 이끌고 있다”고 언론에 말했다. 후원 받는 이들의 감사 편지를 받으면, 더 도와주지 않고 견디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게 새겨진 ‘기부 DNA’는 어디서 왔을까. 권씨는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부농(富農)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부친이 겨울마다 곳간을 열어 마을 주민에게 곡식을 나누고, 강습소를 세워 사람들을 가르치던 모습이 선하다고 했다. “어렸을 때 봐왔던 모습들이 지금의 나를 이끄는 것 같다”는 게 권씨 말이다. 이처럼 나눔 정신을 체득했던 권씨는 시(市) 공무원으로 평생 근무하며 어려운 이웃을 보다 돕고 많이 나눠야 겠다는 결심을 더욱 하게 됐다고 한다. 지금껏 통 큰 기부 릴레이를 이어왔지만, 정작 권씨 자신의 휴대전화는 여전히 구형 2G폰이고, 승용차는 18년째 탄다. 지금껏 거액 기부를 할 때마다 “내세울 일 아니다”며 ‘얼굴 없는 기부’를 하다가 얼마 전부터 실명을 밝히는 이유에 대해 권씨는 이렇게 말했다. “오른손이 한 일을 가끔은 왼손이 알아도 된다는 게 새 지론이 됐어요. 아들, 손자 뻘 되는 사람들이 이 노인을 보고 한 사람이라도 더 기부하게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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