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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팔아 모은 400억을 장학금으로…
노부부의 통큰 ‘온정’김영석·양영애 부부(‘27/‘35)
김영석·양영애 부부(‘27/‘35)

김영석,양영애 부부(‘27/‘35)

“돈이 없어서 공부 못 하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30년 동안 과일 장사를 해 힘겹게 모은 400억원대의 전 재산을 고려대학교에 기증한 노부부가 있어 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고려대 개인기부자로는 역사상 최고 액수다. 김영석(93)씨와 양영애(85)씨는 1960년 종로5가에서 손수레 하나로 과일 장사를 시작했다. 도매시장을 다닐 땐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한 시간씩 걸어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맛있는 과일을 팔겠다는 신념 하나로 야간통행금지를 뚫고 다녔는데, 그러다 경찰에 붙잡힌 적도 있다고 한다. 나중엔 직접 산지까지 내려가 과일을 가져오는 등 정성을 다 해 과일 장사를 했다. 새벽부터 장사로 고된 하루를 보냈지만, 점심 밥값을 아끼기 위해 근처 식당에서 일을 도와주고 해장국 한 그릇을 얻어먹는 것으로 해결하곤 했다. 양씨는“밥값만 아껴도 그게 얼마인 줄 아냐”며 “나중엔 종로5가에서 청량리 집으로 돌아오는 전차 값이 아까워서 뛰어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악착같이 모은 돈에 은행 돈을 빌려 1976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에 상가 건물 한 채를 마련했다. 김씨와 양씨 부부는 매물로 나오는 주변 건물들도 하나둘 사들이기 시작했고, 이들이 소유한 건물에는 20여개의 점포가 입주하게 됐다. 건물주가 됐음에도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법이 없었다. 여행 한 번 간 적 없고, 옷이나 양말 등은 주변에서 얻어다 입는 등 검소한 삶은 여전했다. 이 부부는 임차인들에게 ‘존경스러운 건물주’로 불린다. 한 임차인은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리지 않아 대부분 20년 이상 장사를 하고 있다”며 “청량리에서 임대료 갈등 없이 상인들이 한자리에서 이렇게 오래 장사한 건물은 여기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은 얼굴만 봐도 이들이 선하게 살아온 인생이 보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 노부부는 2018년 이렇게 힘겹게 모은 재산을 아들이 나온 고려대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슬하에는 두 아들이 있지만, 미국에 자리를 잡고 살고 있기 때문에 재산을 물려주기보다는 좋은 곳에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한다. 양씨는“기부하니 자식들에게 물려준 것보다 훨씬 기쁘다”며 “돈 없어 공부 못 하는 학생들을 위해 쓰는 게 자식에게 주는 것보다 더 값지고, 보람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씨와 양씨 부부는 청량리동에 위치한 시가 200억원 상당의 토지 5필지와 건물 4동은 대학에 기부했고, 나머지 2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은 기부를 약정한 상태다. 고려대 측은 “청량리 일대 토지 위에 빌딩을 짓고, 빌딩 수익금으로 장학금을 운영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양씨는 “어릴 때 식모살이를 했고, 남편은 16살부터 양평에서 머슴살이를 했다”며 “궁핍한 젊은 시절을 보낸 탓에 배우지 못 한 아픔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 한 사람이 학교에 기부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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