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졸업한 상록학교에서 25년간 야학 봉사
중랑구 운전원인 박용준 씨는 서울 회기동의 ‘상록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햇수로 25년째, 불가피한 일이 없는 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오후 7시 반이면 야학에 도착한다. 어린 시절부터 장남으로 집안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박 씨에게 공부는 사치였다. 가난한 집안사정은 초등교육 이상의 배움을 그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또래 친구들이 학교에 다닐 때 박 씨는 농사일을 도와야 했고, 고향을 떠나서도 서울과 인천 등지의 공사장을 전전하며 힘들게 살아야만 했다. 그래서 박 씨는 배움에 대해 더 목말라했다.
‘상록야학’에서 새로운 꿈 찾다
힘든 생활 중에도 공부에 대한 끈을 놓지 않은 박 씨는 틈틈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1989년 중랑구 운전원이 되었다. 운전원으로 임용된 후에도 배움의 길을 모색하던 중 우연히 알게 된 상록야학은 박 씨에게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줬다. 상록 야학을 통해 중·고등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이수했을 뿐만 아니라 본인처럼 형편이 어려워 배우지 못한 사람들을 도와야겠다는 더 큰 목표를 가지게 된 것이다. 가르침에 대한 의지를 실행으로 옮기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992년부터 야학에서 본격적으로 문학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수업 이외에도 교지 <푸른그루> 와 교내신문 <우리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발간했으며, 상록야학 재학생과 졸업생,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글동지 문학회’도 만들었다.
나의 수업 1분이 학생 30명에게는 30분 돼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젊은 시절, 야학에서 배우며 새롭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긍정의 에너지를 갖게 됐습니다.”
상근직원이 없어 총무나 홍보업무까지 도맡고, 현장학습 등 주말 행사로 일주일 내내 야학에 매여 있어 늘 아내와 자식에게 미안하지만, 그는 야학 봉사를 그만둘 수가 없다고 한다. ‘자신의 수업 1분이 학생 30명에게는 30분이 된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야학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박용준 씨. 오래도록 상록야학의 교육자로 남아주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