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예의
수상자들
나눔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이웃의 안전을 살피며,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전하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얼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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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표창양재옥
아내도 모르게 이웃을 돕는 남자

1980년대,제주시 일도 2동 동사무소.
젊은 남자 한명이 쌀가게의 점원들과 함께 쌀을 싣고 왔다.
“곧 설인데…. 얼마 안 되지만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 주세요.”
남자는 그 한마디만 남기고 총총히 사라졌다. 어안이 벙벙했던 동사무소 직원들은 그 해 추석, 다시 그 남자와 맞닥뜨렸다. 역시나 다른 말 없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주라며 쌀 100포대를 남기고 간 그. 그 다음해에도 그리고 또 다음해에도 남자는 명절과 연말이 되면 쌀 100포대를 동사무소 에 내려놓고 사라졌다. 직원들은 그에게 제발 이름만이라도 알려 달라고 몇 번을 말해봤지만 그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이름이 알려지면 남을 돕는 게 불편해진다고, 그저 동네 사람이라고 말이다.
얼굴 없는 천사로 쌀을 기부한지 10년,금융실명제로 그의 이름은 세간에 조금씩 알려졌다. 그의 아내조차도 남편의 선행을 눈치 채지 못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바지 호주머니에서 쌀 100 포대를 산 영수증을 발견하곤 대체 이게 무슨 쌀이냐고 묻다 6년 만에 남편의 선행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1986년부터 지금까지 꼬박 26년간 변함없이 이웃을 돕고 있는 이 사람은 양재옥 씨 이다. 제주 공단에서 산업용 장갑 등을 생산하는 포장재료 업체를 운영하는 그는 그야말로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꾸준히 선행을 베풀어 온 이 지역 주민들의 키다리 아저씨다. 1986년 당시 집 한 칸을 간신히 장만한 처지였음에도 당시 1,200만원 상당의 라면을 기부해 이웃들의 주린 배를 채워 주었고, 1989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명절 총 2억 8800만원 상당의 쌀과 라면을 자신의 거주지와 사업장 소재지에 기부해왔다.
“제가 한 일은 뭐라 말하고 내세울 일이 못됩니다. 그저 이런 상이 대대로 어려운 환경에서 사시는 분들과 우리 이웃들이 함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국민추천포상 수상식 에서 짧은 수상 소감으로 마음을 전한 그는 자신이 한 선행에 대해 말을 아끼며 나서는 것은 싫어하는 과묵한 사람이다. 주변은 물론 부인조차 모르게 큰 기부를 해왔던 사람인지라,세월이 흘러도 그의 겸양과 베품에 대한 자세는 변할 줄 모른다.
양재옥 씨가 운영하는 회사에는 특별한 직원들이 많다. 보통의 기업들이 채용을 꺼려하는 장애인,다문화가정 주민,저소득층과 취약계층 직원 20여 명을 채용하고 있는 것. 이 사람들에게 소외된 이웃이란 말 같은 건 어울리지 않는다. 그들은 양재옥 씨에게 둘도 없는 직원이고,직원들에게 양재옥 씨는 따뜻하고 특별한 사장이다. 양사장은 10년 이상 데리고 있던 직원이 회사를 차려 나 가면 돈을 보태주며 격려해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에게는 이 또한 직원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자 또 다른 의미의 사회 환원인 셈이다.
다가오는 명절에도 양재옥 씨는 다시 동사무소를 찾아 쌀 100포대를 내려놓고 총총히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가 남긴 따스한 이웃사랑의 마음은 그 쌀 포대들을 따라 제주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든든한 힘으로,따뜻한 온기로 전달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