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상훈

영예의
수상자

나눔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이웃의 안전을 살피며,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전하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얼굴들입니다.

대통령표창오주영

중증장애인들의 훨체어를 미는 따뜻한 손

오주영

파리가 마주 앉은 사람의 얼굴에 앉았다. 하지만 그 사람은 파리를 손으로 내쫓지 못한다. 몸을 쉽게 움직일 수 없는 근육병을 가진 중증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입김을 후후 불어 간신히 파리를 쫓아낸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그런 현실을 비웃기라도 하듯 삶에 대한 희망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사람은 뭐든지 해보고 싶다고,열심히 살고 싶노라고 했다. 그 모습을 마주하던 오주영 씨 는 삶의 방향을 바꾸었다. 그들의 손이, 그들의 발이 되어 파리를 쫓아주고 그들이 가고자 하는 세상을 함께 가겠다 결심한 것이다. 1998년,오주영 씨는 아버지가 물려주신 유산과 자신이 번 돈 10 억여 원을 털어 장애인들의 차량 이동을 돕는 ‘초록봉사대’ 를 세웠고,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그 일을 전업으로 하고 있다.
“우리에겐 익숙한 햇살 한줌,바람 한 점이 스스로의 힘으로 움직일 수 없는 중증장애인들에게는 정말 신기하고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작은 창과 TV로 세상을 봐야 하는 그들이 세상을 만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그가 돌보는 사람들은 장애인 콜택시조차 이용이 쉽지 않아 집에 누워만 있는 중중장애인.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사나흘 전에 초록봉사대로 연락하면 시간이 맞는 봉사대원들이 이들의 이동을 돕는다. 차량 두 대로 시작한 초록봉사대는 이제 직원 9명과 4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함께해 지금까지 총 3,800여 장애인들이 2만 8천 번 이동하는 것을 도왔다. 이들이 가는 행선지의 70%는 병원. 아파도 병원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이들은 초록봉사대의 도움을 받아 움직이고,행사와 모임 이 있을 때도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는다. 최근 오주영씨는 중증장애인들의 문화 활동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그들이 쉽게 가기 힘든 공연 관람이나, 사진 동아리,시모임 활동을 통해 중증장애 인들이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 장애 청소년과 또래의 비장애 학생이 함께하는 지하철 투어나 다양한 현장체험을 통해 장애와 비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 노력 하고 있다.
“장애인의 재활치료는 정말 중요합니다. 초록봉사대는 그들이 손쉽게 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 하기 위해 만들어졌지요. 한편으론 중증장애인과 일반인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함께 하면서 편견 없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건강하던 사람도 어느 날 갑자기 장애인이 되곤 한다. 대표적인 예가 뇌졸중이다. 뇌졸중은 건강한 사람의 사지에 장애를 만들어 삶을 황폐하게 만든다. 오주영 씨는 이들을 위해 뇌졸증 환자 모임을 만들고 그들의 재활치료와 여가를 위해서 애쓴다. 초록봉사대 사무실에서 한방치료를 해주고 한달에 한번 야외나들이를 함께 하고 있다. 매달 천만 원 이상 들어가는 봉사대 운영을 위해 사재를 내놓는 오주영 씨.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을 절대 ‘봉사’ 라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장애인들 에게 큰 사랑을 받고 그들의 순수함을 닮아가는 것에 감사해한다.
“저한테는 그분들이 삶의 스승이에요. 한때는 돈을 많이 벌려고 발버둥 쳐 보기도 했지만, 그분들과 함께 하면서 마음이 정화되었고 순수한 삶의 기쁨 또한 알게 됐어요. 그래서 늘 웃고 살지요. 여러분도 자녀들과 한번 해보세요. 자식에게 돈을 남겨주면 삼대만 잘 살겠지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면 내 아이와 손주, 그 손주의 아이들까지 잘 살 수 있어요. 마음을 나누며 사는 데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중중 장애인의 손발을 대신한 지 18년. 그는 이제 눈빛만으로도 함께 가는 장애인이 어디가 어떻게 불편한지를 읽어낸다. 그런 노하우를 살려 장애인들을 돕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소식지를 발간하고 있다. 또 중증장애인을 위한 인권운동도 준비하고 있다.
그가 꿈꾸는 세상은 장애로 인해 차별받지 않고 절망하지 않는 세상,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마음을 나누는 초록의 세상이다. 장애인들에게 동정 이나 일방적인 도움만 주는 것보다는 세상과 함께 할 수 있는 진정한 자유를 찾아주길 원한다. 오주영 씨는 봉사대원들과 함께 여전히 따뜻한 손 길로 휠체어를 민다. 휠체어 바퀴들이 그리는 긴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꿈꾸는 세상에 닿게 되리라 믿으며…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