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상훈

영예의
수상자

나눔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이웃의 안전을 살피며,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전하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얼굴들입니다.

대통령표창유옥진

“쪽방촌의 마이 더스 손이 되고 싶습니다”

유옥진

높고 화려한 빌딩들이 속속 들어서 있는 서울 용산구. 이 높은 빌딩 숲 사이로 서울의 동자동 쪽방촌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역이 가까이 있기에 ‘전국구 쪽방촌’ 으로 통하는 이곳. 이곳을 매일 같이 드나들며 병든 이들을 진료하고, 마음 아픈이의 속내를 들어주는 천사가 한 명 있다. 쪽방촌 담당 기간제 방문간호사 유옥진 씨다.
따닥따닥 붙은 낡은 건물들과 지저분한 거리 풍경,불쑥불쑥 나타나는 알코올 중독자와 정신 병력의 환자들…. 한 평이 채 못되는 좁은 방한칸에서 세간을 뒤집고 진료하는 것도 힘들지만, 그 보다 더 힘든 것은 이곳 사람들이 낯선 이들에게 보이는 강한 배척과 경계심이다. 가끔은 이상한 눈빛으로 몸을 위협하는 위험한 상황 또한 존재하는 곳. 전염의 우려가 있는 에이즈,폐결핵 환자 들도 종종 있다 보니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보통 두세달을 못 버티고 그만두기 일쑤다. 하지만 유옥진 씨는 벌써 3년째 이곳에 하루가 멀다 하고 출근하고 있다.
낯설고 배타적인 이곳도 다 사람 사는 곳.  세상살이에 치인 쪽방촌 사람들은 낯선이에 대한 경계심이 크지만, 일단 한번 닫힌 마음을 열고 나면 순박하게 다가온다. 이제는 ‘술 정말 끊으셔야 해요’ 하는 그녀의 잔소리에,내일은 마실지언정 오늘은 ‘네’ 하고 착하게 답한다. ‘병이 있으니 진료소를 자주 찾아오세요’ 라고 당부하면 어린애처럼 꼬박꼬박 찾아오는 그들.“이런 따뜻한 말을 들어 본지 정말 오래예요.” 하는 그들은 세상의 차가운 시선에 상처받았지만,그녀의 따뜻한 말은 잘 알아듣는 순박한 이들이다.
하루 평균 15가구 정도를 방문해 혈압과 혈당 등 기본적인 검사를 하고 그분들의 건강을 살피며 살아가는 어려움을 경청해 주기도 한다. 500여 가구를 담당하다 보니 유옥진 간호사는 쪽방촌 사람들의 집안 사정들을 속속들이 잘 안다. 어깨에 아기 얼굴만한 혹을 달고 사는 남자,노모를 모시는 효자 방광암 환자, 파킨슨씨병을 앓는 할아버지 등 그녀가 어려움에 처한 환자를 후원인과 연계하여 경제적인 도움도 연결해 주고 수술을 받도록 지원해준 일은 수십 건에 이른다. 그녀의 세심하고 정성어린 방문 간호가 없었다면 회귀암,중중 당뇨,에이즈 등 많은 환자들이 치료의 기회를 잃고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유옥진 간호사는 환자들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에도 열심이다.
“박스 파는 할아버지한테는 박스가 보물이잖아요. 그래서 봐뒀다 알려줘요. 다니다보면 밥 잘 안 해 먹는 가족들이 있는데 반찬 서비스 해주는 곳을 살짝 소개해주죠. 또 남편을 용서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할머니 말씀을 듣고 이젠 다 용서하시라고 위로해 드리기도 해요. 처음 이 일을 시작 했을 땐 같이 울기도 하고 밤에 골목길에서 길을 찾지 못하는 꿈을 꾸다가 가위에 눌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젠 이분들과 서로 마음이 통해서 찡하는 기분,그런 게 느껴져요….”
하늘 아래 가장 무섭고 두려웠던 곳, 용산 쪽방촌. 하지만 이제 그녀는 어수선한 이곳이 세상 제일 멋지고 따뜻한 직장이라며 환하게 웃어주는 여유를 보인다. 이제 쪽방촌 사람들은 유옥진 씨 발걸음 소리만 들려도 문을 빠끔히 열고 나와 이런저런 말을 섞는다. 이곳에 사는 많은 이들이 그녀가 내뿜는 온기에 추운 한기를 녹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쪽방촌 사람들을 보면 활력을 느끼고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알게 된다는 그녀는 늘 한 가지 주문을 외우고 산다.
“신이시여,제게 마이더스 황금의 손을 주소서. 그리하여 그들의 몸속 병과 마음의 병 모두를 깨끗이 치유할수 있게 하소서. 그들에게서 작은 웃음을 보게 하소서.”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사람들에게 천사라 불리는 유옥진 간호사. 그녀는 오늘도 이런 주문을 외우며 병든 이웃들의 손을 힘주어 잡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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