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상훈

영예의
수상자

나눔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이웃의 안전을 살피며,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전하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얼굴들입니다.

국민포장배정철

아름다운 손을 가진 남자

배정철

“어서 오십시오, 어도입니다.”
강남 논현동에 자리한 일식당,어도(魚島).
평범해 보이는 실내장식으로 겉보기에 특별한 것이 없는 듯한 ‘어도’ 라는 집을 입 소문나게 한 것은 무엇일까. 빨간 유니폼에 칼질 솜씨가 예사롭지 않은 남자가 활짝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맞이 한다. 어도의 주인,배정철 사장이다.
입안에 살살 녹는 회 맛도 일품이지만 밥만 먹으면 자연스레 좋은 일을 하게 되는 독특한 기부 시스템이 손님들의 발걸음을 ‘어도’ 로 이끈다. ‘어도’ 의 일주일 매출액은 웬만한 직장인의 연봉 을 넘어설 정도로 크지만,그 수익금 전체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기부된다. 처음 가본 사람들은 이 사실이 믿기지 않아 눈만 휘둥그레질 뿐이다. 배정철 씨 손이 바빠질수록 기부액은 점점 늘어 난다. 어도가 잘 되어야 어려운 이웃들의 꿈도 성장하니 하루도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다고 한다.
“요즘 이곳도 경기를 타긴 해요. 가계 빚이니 고물가니 해서 중산층들 발걸음이 예전만 못하 죠. 그래서 제가 더 쉴 수가 없네요. 지난번에 드린 액수를 못 채워드리면 마음이 불편해지거든요. 제가 더 뛰어야죠,뭐.”
예전만 못하다는 경기로 인해 기부금이 적어질까 걱정인 배정철 사장.
배사장은 가난한 집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면서 어머니는 늘자식들 끼니 걱정을 해야했다. 극심한 가난으로 학교를 중퇴한 그가” 일식집에 발을 내딛은 것은 열여섯 무 렵. 일식집 막내인 그는 선배들의 모진 구박을 받으며 새벽마다 수많은 연탄을 갈아야 했다.
당시 그는 비염을 앓고 있었는데 돈이 없어 그대로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 비염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져 고름이 뚝뚝 떨어졌고,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극심한 고통 속에 서 그는 한때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 모습을 생각하며 고통을 참아냈고 뜻밖의 ‘희망’을만났다.
‘막내 생활 몇년 만에 주방에서 나오게 되었어요. 손님들과 직접 대면하니 그때부터는 정말 살맛이 나더 라구요. 단골손님들께 1년에 세번씩 꼭꼭 편지를 썼습니다. 인사도 열심히 하고, 안주 서비스도 잘해드렸어요.  진정성이 느껴졌는지 손님들이 정말 좋아해주시더 라구요. 그러다 보니 마침내 ‘어도’ 를 인수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가 연 가게는 손님을 다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잘 돌아갔고, 덕택에 돈도 많이 벌었다. 서른 전에 집 사고 마흔 전에 건물을 마련한다는 자신과의 약속도 지켜냈다. 자신이 계획했던 모든 것을 이루어냈다. 생각한 그는 2010년 초, 오랫동안 마음에 품은 큰 뜻을 실천에 옮기기로 한다. 남은 인 생 , 가족들과 먹을 만큼의 재산을 벌어뒀으니,‘어도’ 를 법인화하여 수익금 전부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수익금 전액의 기부라니 … 쉬 믿기지 않는 일,배사장이 기부한 돈은 지금까지 무려 40억 원에 이른다.
그의 기부금은 작은 묘목에서 시작해 묵직한 느티나무로 자랐다. 처음에는 노인들을 모셔 맛있게 드시게 해드렸고, 복지시설에 죽이나 부식을 지원했다. 이후에는 서울대 소아성형외과와 순천 향병원에 불우 환자 치료비로 커져갔고, 여러 고등학교, 대학교 장학금으로 열매를 맺고 있다.
‘배사장, 잘 먹고 기부까지 하고 가니 정말 기분 좋아. 고생해.”
“이게 바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가 아니겠어? 오늘 회 맛 정말 끝내줬어.”
손님들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의 어깨는 절로 들썩여진다.
이제 배사장의 남은 꿈은 ‘어도’ 의 살림살이를 좀 더 꼼꼼하게 챙겨 사회 곳곳에 기부금이 뻗어나가도록 하는 일이다. 붉은 색 유니폼에 칼끝 하나로 수십 억의 기부금을 만들어내는 사람. 배정철 씨의 손은 숱한 칼질에 온통 상처뿐이지만 세상 가장 아름다운 손임에 틀림없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