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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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

나눔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이웃의 안전을 살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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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얼굴들입니다.

국민훈장 석류장서영남

날마다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는 민들레 국수집

서영남

인천 동구 화도안로에 위치한 민들레 국수집. 여기서는 ‘밥 잘 먹었습니다’ 라는 한마디 인사가 밥값의 전부이다. 민들레 국수집은 노숙자들과 배고픈 모든 이들에게 공짜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2003년 4월 1일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문을 열었다.
좁디좁은 3평짜리 식당. 엉덩이를 돌리기도 비좁지만 늘 사람들로 문전성시다. 배고픈 이들을 VIP로 대접해주니 눈치 보지 않고 가슴 따뜻해지는 식사를 양껏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배고프고 기죽은 이들을 가장 귀한 존재로 환대해주는 식당,이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이 바로 서영남 씨다.
그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는 게 진정한 수도사의 참된 길이라 믿고 25년 생활해 온 수도원을 떠났다. 그에게 왜 무료 급식소를 만들게 되었는지 물어본다.
‘다른 급식소도 많죠. 그런데 줄을 길게 세우면서 ‘줄 서라’ 소리를 치니 들어가기 전부터 홀대 받는다는 느낌을 주는 곳이 많았어요. 그런데서 밥맛이 나겠어요? 누구든 배고프면 맘 편히 와서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문지방 낮은 식당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민들레 국수집이 위치한 곳은 달동네로 불리우는 어려운 이웃들이 많은 곳. 하지만 가난한 이들의 정과 인심이 넘치는 곳이었고,이런 후한 인정 덕분에 ‘민들레 국수집’ 이 자리잡을수 있었다. 3평이 채 안되던 국수집은 8년 만에 18평으로 확장했다. 평수는 아직 작지만 그래도 이곳에는 매일 300-500여 명이 찾아와 맘 편히 식사를 하고 간다.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에게 정부 지원도 없이 식사를 제공할 수 있나 싶지만,기적 같고 거짓말 같은 일은 매일 일어난다. 계란 한 판을 들고 오는 여학생,돼지저금통을 통째로 가져오는 아이,감옥에서 모은 10년 된 적금통장을 들고 오는 아저씨 가 있는가 하면,어떤이들은 뷔페 음식이나 통돼지 바비큐 같은 별식을 건네주기도 한다.
“신기하다구요? 저도 정말 신기해요. 그런데 그 신기한 일이 매일 같이 일어나는 곳이 바로 이곳이에요. 저도 처음에는 어떻게 꾸려 갈까 걱정이 많았는데…. 제가 신경 안 써도 어떻게들 알고 다들 도와주시니…. 제가 몸 둘 바를 모르죠. 어렵다,어렵다 해도 아직은 남을 위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으니 우리 사회가 그래도 살아 볼만한 것 아니겠어요?’
신기한 마법의 지팡이로 만드는 것처럼 음식은 단 하루도 모자람이 없었다. 이 마법 같은 도움 의 손길이 2008년부터 달동네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인 ‘민들레 꿈 공부방’,무료 식당인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어린이 도서관인 ‘민들레,책들레’,노숙인들을 위한 ‘민들레의 집’,노숙인들을 위한 전국 최초의 문화공간인 ‘민들레 희망지원센터’ , 그리고 ‘민들레 가게’ , ‘민들레 진료소’ 까지 무리 없이 들어설 수 있게 하였다.
책 한권 읽고 감상문을 발표하면 3천원을 준다는 ‘민들레 희망지원센터’.
여기 있는 사람들은 용돈을 벌고자 읽는 시늉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감상문을 발표하는 그 들은 마치 연설가와 같은 모습이 었다. 난관을 준 세상 앞에 1내 이야기를 들어줘’ , ‘나도 할 수 있 는 사람이야’ 라고 말하는 듯 진지하다. 존중받고 싶고,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받고 싶은 이들이 책을 읽고 내 이야기를하면서 자활 의지를 키워 가고 있는 것이다.
일주일에 하루 쉬는 날이면 서영남 씨는 빠지지 않고 교도소를 찾아간다. 떡볶이, 순대,튀김을 싸들고 재소자를 만나 형님 먼저’,‘아우 먼저’ 하며 서로 음식을 먹여주다 보면,어느새 자신보다 어려운 이의 형편에 마음 쓰는 재소자를 만날 수 있다.
타인과의 경쟁에 지쳐 한숨짓는 사람들에게 ‘아옹다옹 살지 않아도 된다’ 며 어깨를 쓸어주고, 눈칫밥에 기죽은 이들에게 따뜻한 밥을 건네며 ‘다시 해낼 수 있어’ 라는 용기를 주는 사람. 서영남 씨는 척박한 길가 모퉁이 에서 은은한 향기를 내뿜다 마침내 사랑의 홀씨를 퍼뜨리는 노란 민들레 같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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