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상훈

영예의
수상자

나눔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이웃의 안전을 살피며,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전하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얼굴들입니다.

국민포장윤청자

“아들의 이름으로, 46인 순국 용사의 이름으로 성금을 바칩니다”

윤청자

충남 부여군 농촌마을. 황금빛 들판 한 가운데에서 가을걷이를 하던 한 할머니가 일손을 멈춘 채 하늘을 바라본다. 망연히 하늘을 바라보던 할머니의 눈에 이슬이 맺힌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지 벌써 2년. 자식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일손이 쉬 잡히지 않는다. 천안함 사건으로 아들인 고(故) 민평기 상사를 잃은 윤청자 씨. 그녀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아들의 이름으로’ 이 땅의 평화를 위해 기도를 올린다.

우리 아들, 대한민국 해군 상사 민평기

뱃속에서 뜨문뜨문 놀던 아이가 열 달 만에 세상에 나왔다. 태어난 아이는 눈빛이 유난히 맑았다. 그 아이가 바로 윤청자 씨의 소중한 막내아들 민평기 상사였다. “평기 위로 일곱 살 터울의 누나가 있었어요. 아주 예쁜 아이였는데, 어느 날 친구들과 동네 개울로 멱 감으러 갔다가 그만 사고를 당했어요. 그때 우리 막내를 임신하고 있을 때였죠. 딸을 잃은 충격에 넋을 놓고 있다가 병원에 갔더니, 뱃속 아이를 포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딸을 잃은 어미가 식음을 끊고 지내다 태아가 제대로 영양공급을 받지 못한 것이었다. “이래선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더군요. 말하자면 우리 평기가 저를 살린 셈이지요. 뱃속에서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고 태어난 불쌍한 아들이에요.”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엄마의 빈 가슴에 다시 삶의 온기를 불어넣어주었다. 그런아들이었기에 윤 씨는 막내에게 유독 정이 갔다. “자라면서 미운 짓을 한 번도 안 한 아들이었어요. 머리가 좋아서 대학도 수석으로 입학했고요.” 막내라서 그런지 평기 씨는 유난히 애교가 많았다. 엄마가 들일을 하고 있으면 학교에서 돌아오면서 멀리서부터 “엄니”라고 부르며 달려와 가슴에 폭 안기는 아들이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만큼 예쁘고 착한 아들이었어요. 특히 엄마한테는 유난히 살갑게 굴었죠. 아버지도 공직에 계셨던 분이라 원래 엄한데, 막내가 워낙 착하고 예쁘게 굴어 그이도 그 애한테는 꼼짝 못했으니까요.” 평기 씨는 말썽 없이 잘 자라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했다. “집안 사정 때문에 휴학을 권한 게 결국 아들을 죽게 만든 일인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집니다. 아들이 병무청에 갔더니 마침 공군은 전날 마감이 되었고, 해군은 마감 기간이 하루가 남아서 해군에 지원을 했죠.”
어머니는 워낙 착실하고 듬직한 아들이라 별 일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된다. 바로 2010년 3월 26일 터진 천안함 폭침 사건이었다. 북한의 어뢰에 의해 천안함이 폭침되면서 대한민국의 영해를 지키던 46인의 장병들이 희생된 것이다. 희생자 가운데에는 막내아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엄마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있는 아들

“눈을 감아야 아들을 잊을까요?” 천안함 폭침으로 아들을 잃은 윤 씨는 지난 2년이 어떻게 지났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평생 농사만 짓고 살아온 윤씨가 일손을 놓고 하늘을 쳐다보는 버릇이 생긴 것도 이 무렵부터이다. 매사에 흔들림이 없던 아버지도 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그만 쓰러지고 만다. “평기가 사고를 당한 직후 현장으로 달려가 한 달이 넘게 사고 수습 절차를 지켜봤어요. 아들의 시체가 인양된 뒤로도 울화가 치밀어 잠을 이루지 못하곤 했지요. 그러더니 지난해 암 판정을 받고 올해 초 큰 수술을 했습니다.”
아직도 윤 씨 부부는 가슴에 아들을 묻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느새 2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이들은 아들의 방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틈이 날 때마다 아들 방에 앉아 사진을 바라본다는 윤 씨. 칠순이 넘은 윤 씨의 눈가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하지만 이 부부 외에도 고인이 된 아들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도 전국 각지에서 민평기 상사 앞으로 편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 평기를 잊지 않은 분들에게 편지가 옵니다. 천안함 사건으로 희생된 우리 아들이 영원히 국민들의 가슴속에 남아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들을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아들의 이름으로, 46명의 용사의 이름으로

윤 씨는 고 민평기 상사의 순국으로 국가와 각계로부터 받은 사망보상금과 위로성금 1억900여만 원을 방위성금으로 내어 놓았다. “우리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대한민국이 더 힘 있는 나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내놓았습니다. 총알 하나라도 더 마련해서 귀중한 우리 아들들의 목숨을 지켜주세요.”
윤 씨의 간절한 소망을 들은 해군은 윤 씨가 기부한 돈에 예산을 더 보태 기관총 18정을 마련했다. 해군은 그 장비에 ‘3·26기관총’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천안함과 같은 영주함 등 초계함 9척에 각각 2대씩 장착했다.
윤청자 씨에게는 한 가지 소원이 있다. “천안함 사건이 교과서에 실려 학생들의 안보 교육에 도움을 줬으면 합니다. 온 국민이 똘똘 뭉쳐 나라를 튼튼하게 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아들을 떠나보낸 어머니의 간절한 소망은 오직 대한민국이 더욱 강해지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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