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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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얼굴들입니다.

국민포장리처드보아스

태평양을 오가며 한국 미혼모를 도운 ‘미혼모의 대부’

리처드보아스

자신도 한국인 아이의 입양부로서 해외 입양재단을 설립해 활동하던 미국인 리처드 보아스 씨. 그가 처음 한국을 방문한 때는 2006년 이었다. 막내딸의 모국에서 해외입양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 방문에서 보아스 씨는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미혼모들의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보아스 씨는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를 설립하고 미혼모와 그 자녀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동분서주해왔다.

입양만이 능사가 아니에요

미국 코네티컷 주에서 안과의사로 일한 후 은퇴한 보아스 씨는 뭔가 사회에 의미와 보람이 있는 일을 하고자 했다. 그는 평소 비용 때문에 입양을 실천하지 못하는 가족들을 주변에서 많이 봐왔다. 보아스 씨는 이런 가족들의 입양을 돕고자 결심하고 2005년 국제 입양지원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그리고 이듬해 10월 그는 입양과정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지역 사회복지사를 따라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임신한 미혼 여성들이 출산과 함께 아이를 포기하겠다는 각서에 서명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포기한 아이들도 안아보았고요. 너무나도 슬프고 화나는 경험이었습니다. 수십 년 전에 내가 입양한 딸의 생모의 모습, 그리고 엄마로부터 버림받을 수밖에 없었던 내 딸의 모습을 이들에게서 보았습니다.”
그는 머리가 멍했다. 그동안의 생각을 모조리 바꿀 만큼 큰 충격이었다. 생활 전반에 대한 지원 미비와 사회적 편견으로 아이를 포기해야만 하는 미혼모들의 현실을 보면서 죄책감마저 느꼈다. 보아스 씨는 미국으로 서둘러 귀국했다.
그러던 중 보아스 씨는 우연히 방문한 재미교포 마리 씨의 블로그에서 매우 놀라운 것을 접하게 됐다. 한국의 미혼모 문제 연구자인 마리 씨가 입양에 관해 세운 공식이었다. 그 공식은 다음과 같았다.
1)일반적인 입양 공식: 가족+입양된 한국아이=행복한 가족
2)진정한 입양 공식: 가족+입양된 한국아이=행복한 가족+한국의 생모

“무척 놀랐습니다. 녹내장을 치료하며 시력을 찾아주는 전문의로 자부했던 나도 보지 못했던 맹점이 이 공식에 나와 있었어요. 바로 내가 기른 아이를 낳은 친엄마와 내 딸의 관계를 그때까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죠. 제 공식에서도 내 딸을 낳은 생모는 완전히 빠져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딸을 얻었지만 그 생모는 딸을 잃었죠.”
큰 충격을 받은 보아스 씨는 자신의 활동 방향을 다르게 잡았다. 자신이 설립한 해외입양재단의 문을 닫고, 대신 한국의 미혼모들과 그들이 낳은 아이 문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미혼모 포용하는 사회를 만들어야죠

그는 2007년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를 설립했다. 이 단체를 통해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미혼모들의 권익 보호, 미혼모 자립 지원에 힘써왔다. 또한 미혼모 시설인 ‘애란원’을 후원하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연구기금을 지원하였으며 한국여성재단의 ‘미혼모 삶의 질 향상’ 기금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5년 정도의 기간 동안 대표로 활동하며 단체 설립과 운영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본인이 부담했다. 또한 보아스 씨는 매년 한국을 방문해 학자·언론인·정치인 등을 만나 미혼모 문제를 논의하고 관련 학회와 행사에 꾸준히 참여했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는 최근 비영리사단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이를 계기로 보아스 씨는 2012년 4월 대표에서 물러났으나, 재정 지원 등 단체 후원자의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이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다짐한 게 있었어요. 그것은 조직에서 제 역할을 점점 줄여나가는 것이지요. 저는 한국을 잘 알지는 못해요. 문제를 어떻게 널리 알리고, 정부를 변화시키고, 학문적인 연구를 지원할지는 한국 사람들이 더 잘 알죠. 저는 일을 시작하는 촉매 역할을 할 뿐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응원을 보낼 거고요.”
25년간 안과의사로 생활하다 은퇴한 뒤 저소득층 암환자 돕기 등의 사회봉사 활동도 펼치고 있는 리처드 보아스 씨. 그는 앞으로 한국의 미혼모와 그 아이들이 일반 사람들과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대우 받기를 희망한다. ‘세상의 변화를 원한다면 당신이 바로 그 변화가 되어라.’ 간디가 한 이 말을 항상 되새기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보아스 씨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또 다른 의미 있는 길을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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