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상훈

영예의
수상자

나눔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이웃의 안전을 살피며,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전하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얼굴들입니다.

국민포장김흥제

“이웃들로부터 받은 사랑 이제야 돌려드립니다”

김흥제

목재소를 운영하며 평생을 근검절약 속에 살아온 김흥제 씨. 늘 부지런히 일하고 한푼 두푼 절약하며 살아온 그에게는 가슴에 맺힌 한이 하나 있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중간에 포기해야 했던 것. 배우지 못한 설움을 잘 알기에 김 씨는 부인과 합의해 평생 모은 돈을 장학금을 내놓았고, 부인도 뜻을 함께 했다.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나눔을 실천한 김 씨 부부의 황혼이 아름답다.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장학기금 기부

김흥제 씨와 부인 주신옥 씨가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해 선뜻 내놓은 장학기금은 현금 5억 원과 시가 10억 상당의 부동산이다. 평생 동안 모은 재산을 아낌없이 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부한 것이다. 여든이라는 나이를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정정한 김흥제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나처럼 가난 때문에 공부를 하고 싶어도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을 도와주고 싶었지. 어렸을 때 책보를 끼고 학교를 다니던 친구들이 어찌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가난한 집에 맏이로 태어나서 공부할 형편이 못되었지.”
김 씨는 마음을 정한 뒤, 되도록 소문을내지 않고 기부하겠다는 뜻을 자녀들에게 밝혔다. 부모님의 당부를 받은 자식들은 꼭 필요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이 제대로 지원될 수 있는 장학회를 찾아 수소문에 나섰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것이 충남 보령시에 있는 만세보령장학회. 김 씨 부부는 2012년 1월 이 단체에 15억 상당의 장학기금을 기부했다. 노부부는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계속하기 힘든 인재를 위해 기금을 써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했지요.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뒤늦게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만 하는구먼. 진작 했으면 더 많은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받았을 텐데.”

짠돌이 부부의 희망만들기

결혼 이후 60여 년 동안 두 부부는 누구보다도 부지런히 일하고 절약하며 살아왔다. “없는 사람에게 시집와 함께 고생한 아내와 함께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일이지요. 아직도 안사람은 자신을 위해서 무엇 하나 제대로 사지 않습니다. 너무 어렵게 살다보니 근검절약하는 생활습관이 몸에 배인 탓이지요.”
사실 김 씨 부부는 보령시에서 알아주는 짠돌이로 유명했다. 부인 주 씨는 맏며느리로 시집을 와선 다 쓰러져 가는 가난한 집에 많은 식구가 사는 것을 보고 놀랐다. “가난한 시골살림에 남편이 맏아들이었어요. 정말 형편이 어려워 앞으로 살아갈 생각에 앞이 아득하기만 했었죠. 하지만 남편이 워낙 부지런하고 성실하니 열심히 살아가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김 씨 부부는 그때 굳은 결심을 하고, 고향인 부여군 외산을 떠나 보령에서 무일푼으로 단칸방 살림을 시작했다. 특별한 기술을 가진 것도 아니어서, 이일 저일 가리지 않고 일을 하다가 김 씨는 목재소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워낙 계산이 빠르고, 눈썰미가 있던 그는 몇 년 고생을 한 끝에 자립을 해 작은 목재소를 차렸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집 뒤편이 바로 목재소가 있던 자리예요. 기술자 둘을 두고 조그맣게 시작했지요.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건 자신이 있었으니까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부지런히 일했고, 그러다보니 거래처가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어요.”
김 씨는 목재소를 운영하면서 성실과 근면을 좌우명 삼아 억척스럽게 일하며 돈을 모았다. 김 씨는 신뢰를 바탕으로 성실히 목재소를 운영했고, 그런 사업철학이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면서 차츰 기반을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김 씨 부부는 이제 제2의 고향인 보령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는 인물이 되었다. 또 자녀 교육에도 정성을 쏟아 4남매를 의사, 교육자 등으로 훌륭하게 키워냈다. “어찌 보면 자식들 잘 키우고 이만큼 산 게 모두 다 어려운 시절에 도움을 준 이웃들 덕분이지. 이제 받은 만큼은 될지 몰라도, 내가 갚을 수 있는 만큼은 갚아야겠다는 마음이 커요.”

절약의 습관과 나누는 마음도 대물림

김 씨 부부는 평소에도 주변에 이런저런 일이 있으면 기꺼이 도움을 준다. 도움을 받은 주민들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여러 번 감사패를 만들어 전달하려고 했으나 굳이 선행을 알리고 싶지 않다는 김 씨는 번번이 사양했다. “소문을 낸다는 게 참 부끄러운 일이잖아요. 그리 큰일도 아닌데. 그래서 그냥 조용히 마음만 받고 있죠.”
예전 목재소가 있던 자리에 오래전에 지은 이층 양옥집은 욕심 없이 살아온 부부의 모습을 닯아 아담하고 정갈하다. “너무 어렵게 살면서 고생을 하다 보니 지금도 동전 하나를 제대로 쓰지 못해요. 하지만 이제야 의미 있는 일을 한 것 같아 마음이 편합니다. 오래도록 꿈꾸던 소망을 이루게 되었으니 더 이상 여한이 없습니다.”
노부부의 넉넉한 사랑이 밝은 봄볕만큼이나 따스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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