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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포장강수숙

사랑의 울타리 밖으로 퍼져나는 열두 식구의 행복이야기

강수숙

서울의 대표적인 도심 강남구. 수서역에서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을 더 들어가면 서울에 이런 동네가 있었나 싶을 만큼 아늑하고 평화로운 전원 풍경이 펼쳐진다. 높은 아파트들 대신에 마당이 있는 아담한 주택들,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들 대신에 곳곳에 텃밭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시골의 어느 한적한 마을 같다. 조용한 이 마을에 유독 시끌벅적 사람 사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집이 하나 있다. 바로 열두 명의 식구가 ‘하하호호’ 웃으며 살아가는 강수숙, 탁정식 씨의 가정이다.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 사랑이 정답 아니겠어요?

자녀가 많은 강 씨 부부의 일상은 여느 가정과 다를 바 없지만 이들의 가족사는 더 없이 특별하다. 이 부부의 자녀는 강 씨가 낳은 큰 아들과, 입양해 한 식구가 된 자녀 9명을 합해 모두 열 명이다. 열두 명의 대식구가 생활하기에 30평 남짓한 전셋집은 비좁기만 하다. 하지만 강 씨 부부는 한 번도 버겁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이들은 함께이기 때문에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형편만 된다면 아이를 더 입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요.” 강 씨는 작년에 퇴직한 남편의 연금과 지원금으로 열 두 식구의 살림을 챙긴다. 생활비로 쓰기에 빠듯한 돈이지만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다시 쓰는 데는 다들 이력이 났다. 그렇게 하고도 조금 부족한 부분은 사랑과 인내로 채워간다.
경제적인 문제 말고 크고 작은 어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엄마의 든든한 지원군인 고3 큰아들은 장애를 가진 동생들과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의 놀림을 받았다. 또 저마다 아픔을 간직한 채 입양된 아이들은 한동안은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열지 않아 강수숙 씨의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다. “정답은 사랑이에요.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심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통하는 법입니다. 남편의 푸근한 사랑과 저희 부부의 마음을 다한 정성으로 아이들은 아주 천천히 한 가족이 되어갑니다. 마음을 조금씩 열어주는 아이들이 기특하면서도 고마울 따름이지요.”

아무도 입양하지 않는 아이들을 품에 안다

다도 강사이기도 한 그녀는 장애인 시설에서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하면서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이 겪는 고통을 가까이서 지켜보아왔다. 강 씨 역시 일찍 어머니를 잃어 그 빈자리를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아이들에게 마음이 쓰였다. 그렇게 결혼 전부터 입양을 마음에 품었던 그녀는 신기하게도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가진 남편을 만났다. 아들이 세 살이 되던 해, 부부는 입양을 실천하기로 작정했다. 그러나 도저히 시부모님께 말씀드릴 엄두가 안 났다. 시부모의 허락을 받고 입양을 하는 게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강 씨는 두 분께 입양에 대한 자신의 의지와 이해를 바라는 긴 글의 편지를 보내고 난 뒤 지난 1999년에 첫 아이를 입양했다.
강 씨 부부의 입양 기준은 남달랐다. 모두가 입양을 꺼리는 아이들을 우선적으로 입양하는 것이 그들의 기준이었다. 몸과 마음에 장애를 가진 아이, 입양시기를 놓치도록 훌쩍 커버린 아이들을 기꺼이 가슴에 품어 안았다. 그렇게 강 씨 부부가 가족으로 받아들인 아이들은 모두 여덟 명. 그 중에 장애 때문에 입양 기회를 얻기 힘들었던 아이가 다섯 명이다. 그 뒤 경제적 사정 때문에 법적으로 입양은 못했지만 같이 살고 있는 아이가 한 명 더 생겼고, 그렇게 열두 명의 대가족이 탄생했다.
“아이들 중에 지적장애 3급으로, 다섯 살 때 입양한 딸이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안면기형이 있었는데, 이 아이를 치료하려고 대형병원을 내 집 드나들듯 드나들었어요. 아직도 치료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지만 상태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 딸은 벌써 초등학교 3학년이 되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강 씨 부부의 가장 큰 낙이기도 하다. 지체장애가 있는 자녀에게는 수술이나 재활치료를, 마음의 아픔이 있는 자녀에게는 심리치료를 받게 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정성을 쏟는다. 하지만 그 중 무엇보다도 의미 있는 치료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의 치유이다.

가지 많은 나무에 더욱 풍성한 열매가 맺힌다

“영아에서 세 살 때까지 사랑을 못 받아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것이 식탐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도벽이나 폭력으로 나타날 수도 있죠. 그 때 버릇을 고친다고 매를 들면 문제는 더 커져요. 하지만 사랑으로 보살피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믿고 기다려주면 아이들은 결국 마음을 열고, 회복됩니다. 아이들은 영혼이 맑아서 사랑 받으면 반드시 좋아지거든요.”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어서 아이들이 가끔씩 말썽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강수숙 씨 부부는 아이들이 입은 상처를 치유하는데 마음과 정성을 기울인다. “가지 많은 나무에 열매가 더 많이 매달리잖아요. 행복한 사랑의 열매를 정성으로 키우는 것, 그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장애가 더 이상 장애로 보이지 않는다는 그녀는 온 마음이 입양에 쏠려있다. 이제 입양부모의 고충을 상담해줄 정도가 되었고, 주변 사람들이나 다도 수강생들에게도 입양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는 강 씨는 어느새 사랑의 씨앗을 퍼트리는 ‘입양 전도사’가 되어 있다. “가족이 되는 방법만 다를 뿐, 자식이 생기는 기쁨과 커 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대견함은 내가 낳은 자식과 다를 게 하나 없습니다.”
부족함을 채우는 것은 언제나 사랑이라는 믿음을 가진 강수숙씨, 그녀는 오늘도 열두 식구와 함께 이 믿음을 실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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